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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12

(에세이) 아빠의 엄마 치매를 가진 내 아버지는이제 가족들을 거의 못 알아보신다.자신과 오십년을 함께 한 아내도분신이라 부르며 아꼈던 자식들도 의식 너머로 보내버리셨다.그나마 난 장녀여서 였을까?오랜 기억만이 남는다는 치매의 특성 때문일까?자식들 중에도 꽤 오랜 기간 알아보셨다.게다가 내가 나타나면 다른 가족들을 다 제쳐두고나에게만 시선을 고정하셨다외국에 살아서 자주 못봐서 그러나 싶기도 했다.지금은 치매가 중증이셔서 말하는 것조차 잊어버리셨지만몇년전에는 가끔 간단한 문장을 하셨었다.그때도 아빤 내가 나타나면 나만 바라보셨다.나에게 눈을 맞추고내가 움직이면 아기가 엄마의 모습을 따라가듯온 몸으로 내 움직임을 쫓았다.하루는 동생이 그랬다.‘아버지는 누나만 좋아해‘다들 신기해해서 아빠옆에 앉아 물었다.‘아빠 왜 그렇게 나만 봐요?.. 2025. 8. 29.
(짧은 글)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이 말에는 지금 당장 진다고 영원히 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결혼초에 남편과 정말 무지 싸웠었다.다른 성장과정, 가정환경, 다른 지성과 이성을 가진 혈기발랄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이십대청춘 남녀가 서로 얼마나 부딪혔을까?거기다가 체력도 좋은 20대.-나이가 드니 싸움에도 체력이 필요하단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젊을 적 기운으로 싸우는 부부들을 보면 한편 부럽다. 체력이 받쳐준다는 뜻일테니 중년에 접어든 지금 싸울 기운도 없다. 그 기운이면 살아가는 데 쓰고 싶을 뿐이다그땐 무조건 이겨야만 했다.신혼 초반에 기를 잡아야만 나의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스무쓰~~ 할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편도 똑같이 그렇게 알고 .. 2025. 8. 14.
(짧은 글) 내 안의 어린 아이 잔뜩 겁에 질린 듯 움추린작은 아이가 내 앞으로 와서 섰다.조그마한 둥근 머리위 작은 오솔길처럼정수리를 지나는 하얀 가르마를가만히 내려다 보았다.아이는 할 말이 있어 다가왔을텐데조용히 미동없이 서 있기만 했다.가는 어깨가 떨리는 거 같아두 손을 뻗어 안아주려 했더니엉덩이를 뒤로 쑥 뺀다.상반신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민망한 손을 거뒀다.우린 그렇게 어색하게 마주서 있다.하얀 가르마가 왠지 슬퍼보인다고 생각했을때아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 보았다.까만 눈망울이 적셔 있다.손을 다시 뻗으려다 거뒀다.아이는 몸을 움직여내 옆에 섰다.너 와 나나 와 너이제 친해져야 할거 같다.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저 길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건너려면.이렇게 작은 너를 또 두고 갈 순 없잖아. 2025. 8. 7.
<짧은 글> 견딘다는 것 때로는 견딘다는 것은폭력이다.보통 자신의 의지와다르게 견딤을 강요받는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고내가 무엇을 할 수도 없이단순히 견뎌라 나아질거다라는 불확실한희망만 있다면그건 더더욱 힘든 견딤이 될 것이다.나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다. 어찌보면 지금도진행중일 수도 있다.견디다가 안되면 버텨나 보자 하지만결국 무너지기도 한다.그런 과정도 거쳤다.지금은 잘 모르겠다.살짝은 자포자기한면도 있다.현재는이것도 지나가리라에 기대하고 있다.아무에게나 다견디라고 하지 말자.안되는 건 역시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거다.대부분 그리고 견딤을강요받기 시작할때 안다이건 안된다는 걸그러면 못하겠다 말할 용기를 가져보자.마냥 견딘다고 해결 되진 않는다. 2025. 6. 27.
<짧은 글> 삶의 베스트 프렌드, 죽음 미국에선 장례식장이나 공동묘지가그 곳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지역에있는 경우가 많다.그만큼 미국인들은 죽음이 삶과 아주가까운 곳에 있고 그것이 결코공포스러운 것만은 아니란 것도 안다.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도심 한복판에 공동묘지가 한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가 있다.내 지인은 그래서 가끔 운전을 하고 지나가다가떠나 보낸 가족 생각이 나면불쑥 차를 그쪽으로 돌리고인사를 하고 온다고 했다.그것이 여기선 너무 자연스럽다.미국살이를 오래 하다 보니장례식에 참석한 경우가 꽤 있었다.처음 장례식장에 갔을때는 미리 알고 갔었는데도 유리관안에 놓인 망자의시신을 보고 섬뜩하게 놀랐었다.장례식 순서안에 망자의 시신앞을 지나며그들을 추억하는 시간도 주어진다.몇번의 장례식을 경험한 후이젠 나도 자연스럽게 그 의식을치룬다.어릴때는 .. 2025. 5. 18.
<짧은 글>스치다, 봄 봄꽃의 짧은 인사며칠 전, 앞 마당의 나무에 작고 사랑스러운 분홍 꽃이 맺혔다.가지마다 피어나던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매일 들여다보며 마음이 설렜다.하지만 꽃이 만개하기도 전에눈이 섞인 비가 바람과 함께 불어닥친 후완전히 피지 못한 봄꽃이시들어가기 시작했다.참 짧다, 봄이.인생의 봄도 참 짧다.피어서 만개하기 전에시련이 닥쳐온다. 닥치는 일들을 헤치고 안되면 기어서라도 건너고 나면금방 시간이 인생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그래도또 삶의 봄을 기대해본다.내년에 다시 시들었던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가 해를 거듭할수록단단해지듯이 말이다 2025. 5. 1.